ChatGPT-4o, 영화 ‘Her’ 개인 비서의 등장?
2014년 개봉된 영화 'Her'는 분명히 SF였다. 대필 작가가 인공지능 사만다와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은 상상 속의 이야기였다. 영화 속 시대 배경은 공교롭게도 2015년이다. 그로부터 십 년, 우리에게는 그보다 뛰어난 다재다능한 인공지능이 공개되었다. 단순한 채팅뿐 아니라 거의 모든 업무를 도와주는 다정다감한 인공지능 개인 비서가 등장했다. 상상이 현실이 되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구글의 개발자 회의를 하루 앞두고, 오픈AI는 또 하나의 놀라운 인공지능 기술의 미래를 현실에서 보여주었다. 고독한 개인들의 삶을 위로해주고 일을 도와주며 항상 응원해 주는 '그녀'는 판타지에서 현실 속으로 다가오고 있다. 처음으로 눈에 띈 것은 모델명이었다. 흔히 사용하던 멀티가 아니라 옴니(Omni)의 소문자 'o'를 버전 뒤에 붙였다. 용어에서부터 핵심적인 차이를 드러내고 있었다.
기존의 멀티모달 AI는 외형적으로는 하나의 모델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음성을 텍스트로 변환하고 질문의 의도를 추론한 뒤 이미지 생성이나 텍스트 생성 모델을 거쳐 답변을 만들고 이를 다시 음성으로 변환하는 구조였다. 여러 개의 모델을 조합하는 방식이라 답변 생성에 수 초에서 수십 초가 소요되었다. 하지만 ChatGPT-4o는 내부적으로 단 하나의 신경망 모델을 사용한다. 음성과 영상, 텍스트를 모두 하나의 입력 토큰으로 단일 신경망에서 처리하기 때문에 처리 속도가 월등히 빠르고 통합적인 인지 처리가 가능하다.
단일 신경망을 통한 처리는 답변의 속도를 평균 0.3초로 단축했다. 일반적인 인간의 대화 처리 속도에 이른 것이다. 답변 중에 끼어드는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해졌다. 또 다른 두드러진 특징은 감성적 대화 톤과 스타일이다. 그간 거대언어모델들은 인간 같은 대화 방식을 피하도록 미세 조정되어 있었지만, 오픈AI는 그 금기를 완전히 깨고 인간다움을 장착했다. ChatGPT-4o는 감성적 이해와 대화뿐 아니라 인간의 유머 포인트를 이해하며 엉뚱한 행동에 웃음을 터뜨리거나 어이없는 상황에 한숨을 쉬기도 한다.
공개된 시연 영상 중에는 카메라 기능을 통한 실시간 순차 통역, 아이패드 화면을 공유하며 진행하는 수학 과외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특히 학생의 답이 틀리면 격려하고 정답을 맞히면 쾌활하게 반응하며 기운을 북돋아 주는 모습은, 인공지능에 의한 개인별 맞춤 수업이 갖는 장점과 이해될 때까지 지속되는 상호작용을 잘 보여주었다. 여러 명이 함께하는 화상 회의에서 화자를 구분하고 내용을 요약하는 기능, 캐릭터의 일관성을 유지하며 변화를 주는 이미지 생성 기능도 모두 혁신적인 기술적 진보였다.
이번 발표에서 기술 외적으로 눈여겨볼 만한 부분은, 오픈AI를 중심으로 한 애플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쟁 구도 변화다. 최대의 이벤트는 오픈AI와 애플의 밀착이었다. 지난 십수 년간 시가총액 세계 1위였던 애플을 마이크로소프트가 제치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오픈AI와의 협력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한동안 AI 흐름에 모습을 보이지 않던 애플의 선택은 탁월해 보인다. 오픈AI의 모든 데모 영상에 사용된 폰이 다름 아닌 아이폰이었다는 사실도 이미 오래전부터 진행된 협업을 짐작하게 한다.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은 물론 애플의 참전으로, 더욱 복잡한 흐름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